서점에서.

책을 읽는 순간엔 그 안의 세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한참 집중하여 책을 읽다, 그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실제 내가 접하고 있는 세계로 돌아오는 순간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을 시공간의 어떠한 변화도 의식하지 못한 채 두어시간을 흘려보낸다. 놓치고 있었을 모든 감각들이 밀려오며, 그 상실감을 일깨우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공간에서, 원래 그 자리에 붙어있던 부속마냥 진득하게 앉아서 책 세권을 해치우고, 어느 순간부터 밖에선 폭우가 퍼붓고 있음을 깨닫고, 어느새 시간이 네시간 가량 지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의 그런 기분이란.
그 찰나에 수많은 감상이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심란한 마음 위로 짙은 그림자가 그 영역을 뻗쳤지만 순간 멍해진 나는 아무 것도 붙잡지 못한 채 모든 것을 흘려보냈다.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 쓰여진 글씨마냥.




by 재인 | 2008/07/24 00:48 | 하루하루 일기 | 트랙백 | 덧글(1)

잡담.

- 원인 불명의 허리통증을 느끼고 있다. 오른쪽 허리가 뻣뻣하게 굳어서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 대체 뭐가 문제냐. 어제도 미약하게나마 아팠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잠을 잘못잔 탓만은 아닐텐데.. 불편하다.

- 어제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 기사가 말을 걸더니, 대통령에게 딴지를 걸고 있으니 다른 나라에서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며 울분을 토하셨다. 촛불 시위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을 보면 배후가 있음이 틀림없다고 하더라.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오류를 수정해주고픈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나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 사람하고 싸워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게다 기본요금에서 겨우 200원 더 나오는 짧은 구간에 남짓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내 자책감이 찾아왔다. 늘 이런 식으로 피하는구나. 애초에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부분도, 귀찮은 싸움을 일으키기 싫은 이런 귀차니즘도 참 싫다. 모르겠다. 발을 담가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아주 흐려진 진흙탕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그 안을 파악할 수 있는가.. 뭐하러 공부를 하는 건지 참.

- 이런저런 이유로 공부에서 손 놓은지 한달은 넘은 거 같다. 그전엔 충실히 하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슬슬 시작할 때도 되었지.

- 결벽적으로 공정하기를, 올바르기를 주장했던 과거에 비해 한참 나사가 빠진 상태로 현재를 살고 있다. 이제 거짓말 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고, 가끔 스스로의 비겁함과 추악함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내가 이럴 수 있구나, 하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예전같으면 느꼈을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포기하고 살면 쉽구나. 점점 속만 검어지는 느낌.. 어디서부터 다시 고쳐나가야 할지.

- 결국, 스스로의 강함을 믿지 못하는게 문제란 생각을 들었다.

- 하지만 나는 달라질 것이다. 밥먹듯이 거짓말을 해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거짓으로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더 나은 인간이고 싶다. 행복할 수 없었던 지난 날을 생각할수록 더욱 절실해진다. 한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소비하고 싶진 않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고 싶다. 스스로를 부끄러워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달라져야 한다.
by 재인 | 2008/07/22 12:43 | 하루하루 일기 | 트랙백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