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onement.

스포일러 주의해주세요.


삶은 떄로 가혹한 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혼자서는 풀어낼 수 없는 거대한 감정의 뒤엉킴 속에서, 우리는 각자가 할 수 있는 몫 이상으로 노력하곤 한다. 하나 언제나 해답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혹은 용서받고픈 사람에게, 혹은 일방적으로 감정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에. 명쾌하고, 명료하며,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대답이 존재하기를 기대하나 이는 참 녹록치 않은 일이다. 사랑했다,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수없이 불면의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지 않았던가. 혼자서는 마무리지을 수 없는 매듭을 붙들고 멍하니 서있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인연의 그물은 촘촘하게 우리를 에워싸고 있으니까.

들뜬 여름의 열기가 몽롱한 기운을 자아냈던 아름다운 날들은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어느 오후, 미성숙한 영혼의 오해와 질투, 그리고 우연한 사건들의 겹침이 트리거가 되어 비극의 막을 올렸을 때. 그저 그 한순간, 되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굴러갈 것이라 느껴지는 안타까운 경계들이 우두커니 우리를 노려본다. find you love you marry you and live... without shame.. 몇번이고 되풀이되는 로비의 절절한 외침은, 그 안에 담겨진 그의 모든 의지와는 무관하게 유언으로 남게된다. 하지만 더 가슴 아픈 것은, 그 모든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린 채로 원망한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채 모든 기억을 품고있어야 했던 소녀의 기나긴 생애였다. 그렇기에 로비와 세실리아와의 재회에서 브라이오니가 들었던 원망에 가득찬 말들이, 차라리 나에게 그래주었으면 하고 바라던 소녀의 상상에 불과했음을 알았을 때 더욱 마음이 아파지는 것이었다. 대답 없는 상대를 향해 끝없이 속죄해야함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올 떄, 후회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회한이 몰려옴을 느낀다. 두 사람의 사랑 이상으로 가슴 아팠던 한 소녀의 속죄. 해가 지날 수록, 희미해지는 기억들을 온전히 스스로의 힘만으로 채울 때 그녀의 상상력은 더 가혹하게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다소 오버다 싶은, 마지막 두 남녀의 행복한 모습이 눈물을 그토록 자아냈던 탓은 아마 그 소녀의 통절함이 느껴졌던 탓이겠지.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였다. 대체로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으며, 특히 어린 브라이오니 역을 맡은 배우의 눈빛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소 오버한다 싶었던 사운드가 가끔 거슬렸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영화 속의 슬픈 이야기를 바라보는 액자 밖 사람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영원한 사랑은 그 정점에서 끝이 날때나 가능하다고 믿은, 나의 시니컬함이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빈 공간을 낭만과 열정으로 채울 수 있는 것도 오로지 그것이 기억 속에서 머무를 떄에만 가능한 일이니까..

by 재인 | 2008/03/05 12:59 |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imjane.egloos.com/tb/36472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8/03/06 00: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3/06 14: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재인 at 2008/03/09 22:52
비공개/ 참 안타까워요. 그 지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더 그럴테구요.

비공개2/ 초딩이라 그렇죠 뭐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



벌써부터 가을타기.
by 재인 이글루스 피플
카테고리
사진, 찍기
하루하루 일기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
그녀의 관심사
make up things
금강산도 식후경
자취 일기
흥미로운 것
여행의 기록
곱분 일기
상식적인 인간
일상과 허상의 경계
about me
방명록
최근 등록된 덧글
어쩜 사진이 이리도 ..
by 신나샤 at 08:22
쿠우다.
by 요묘양아 at 07:49
쿨럭 입술 사진 별로 ..
by 재인 at 01:29
감사감사 :$ 급하게 ..
by 재인 at 01:29
웃.. 같은 동네 사시네..
by 재인 at 01:28
응 모처럼 집안에 꽃이..
by 재인 at 01:28
포토로그

photo
최근 등록된 트랙백
Alprazolam effects ..
by Discount xanax.

by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Ho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