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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순간엔 그 안의 세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한참 집중하여 책을 읽다, 그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실제 내가 접하고 있는 세계로 돌아오는 순간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을 시공간의 어떠한 변화도 의식하지 못한 채 두어시간을 흘려보낸다. 놓치고 있었을 모든 감각들이 밀려오며, 그 상실감을 일깨우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공간에서, 원래 그 자리에 붙어있던 부속마냥 진득하게 앉아서 책 세권을 해치우고, 어느 순간부터 밖에선 폭우가 퍼붓고 있음을 깨닫고, 어느새 시간이 네시간 가량 지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의 그런 기분이란. 그 찰나에 수많은 감상이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심란한 마음 위로 짙은 그림자가 그 영역을 뻗쳤지만 순간 멍해진 나는 아무 것도 붙잡지 못한 채 모든 것을 흘려보냈다.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 쓰여진 글씨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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